침묵 혹은 뒷북… 여가부에 바카라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여성가족부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바카라사이트 의혹을 서울시로부터 보고받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스템상 확인되지 않는다"고 16일 답했다.황윤정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여가부가 각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로부터 구체적 사건에 관한 내용은 보고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담당하는 여가부가 "의혹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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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는 지난 2001년 창설된 이후 20년간 공직 사회 성 비위 의혹이 터질 때마다 "권한이 없다" "검토 중"이라며 침묵하거나 뒷짐을 지면서 몸집만 불려왔다는 지적이 나온다.여가부는 이날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위원장인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차원에서 긴급회의를 17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박 전 시장 바카라사이트 의혹이 터져나온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이다.

여가부는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닷새 만인 14일에야 "바카라사이트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정치권에서 지난 13일부터 고소인을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고,여가부도 입장문에서 '고소인'이라고만 부르며 논란이 일자 16일이 돼서야 "고소인은 관련법상 피해자가 맞는다"고 했다.박 전 시장 성폭력 의혹 규명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라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서울시는 15일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바카라사이트 관계자는 16일 "아직 (민관합동조사단) 참여를 요청받은 바는 없고 향후 요청이 오면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여가부는 서울시에 대해 '최대한 빨리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여가부는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인턴을 성추행하고 경질당한 뒤에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20일가량 지나 조윤선 당시 장관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질타받은 뒤에야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아예 입장을 내지 않았다.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5개월가량 입장을 내지 않았다.같은 해 8월 1심 재판에서 안희정 전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은 뒤에야 피해자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판결 이틀 뒤에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학자는 "행정부 입장에서 신중하게 의견을 밝혀야겠지만 바카라사이트 피해자를 보호하고 앞으로 재발 방지 노력을 하겠다는 단호한 입장 표명을 해주면 좋겠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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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양성평등 정책을 펼쳐야 할 정부부처가 정치적 고려에 따른 행보로 국민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여가부는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이 2018년 11월 해체될 당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횡령 의혹 등을 폭로했는데도,여가부는 정의연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소극적 대응을 보였다.여성주의 활동가 권김현영씨는 15일 자신의 바카라사이트 소셜미디어에 "탁현민과 안희정을 비판했던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을 사실상 경질한 다음 여가부는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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